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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야비한 전쟁, 패를 숨겨라

관리자 2026-09-15 조회수 155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수마야 케인스·채드 바운 ‘트럼프 이후의 질서’
고립주의가 만연한 경제전쟁 속 생존 전략 … 우리는 언제까지 무역전쟁의 시대를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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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작동해 온 ‘규범 기반의 무역질서’로 세계 경제가 돌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트럼프의 상호관세, 미중 기술패권 경쟁, 반도체 공급망의 지정학화 등은 ‘일시적 교란’이 아닌 ‘구조적 재편’ 과정으로 보인다. 저자들은 점점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무역전쟁은 이제 실제 전쟁과 닮았다고 말한다. 철저한 준비와 치밀한 병참 체계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 얘기다. 최선의 성과를 거두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추진하면서 특히 상대방에게서 많은 것을 전략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 무엇을 걸고 싸우는가 

무역은 일종의 ‘보험’이기도 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게는 대안이자 위로가 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혜택은 ‘경쟁’을 촉진해 효율과 혁신을 끌어낸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더 좋은 제품을 더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 무역 덕분에 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이는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투자하도록 독려한다. 그렇기에 무역전쟁의 대가는 매우 가혹할 수 있다. 

무역이 혁신에 미치는 영향은 그러나 마냥 긍정적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특히 무역 개방은 국가를 잘못된 산업, 즉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산업에 매몰되도록 밀어넣을 수도 있다. 각 진영이 작정하고 서로를 무너뜨리려 한다면,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무역 관계는 미중 관계에서도 갈등의 씨앗이다. 미국은 경제 제재를 평화의 도구로 보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제재는 장기적으로 전쟁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무역이 전쟁의 도화선이 될 여지도 충분하다. 국제 무역으로 비축한 힘을 휘두르려는 중국, 선두 자리를 사수하려는 미국. 앞으로 무역은 평화를 가져올까, 아니면 전쟁을 가져올까.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누가 이 판을 움직이는가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에 '상호관세’라는 경제 폭탄을 던졌다. 중국산 수입품에 34%, EU산에 20%의 세금을 매겼다. 방글라데시나 레소토 같은 가난한 나라는 37%, 50%로 훨씬 더 가혹했다. 각 국의 분노가 반미 동맹 겹집을 가져올 것이라 점쳐졌으나 그들은 끝내 각자도생을 택했다. 자국 이익을 위해 뒤통수를 치는 일조차 서슴치 않았다. 

트럼프 전까지 미국 정부는 세계질서를 수호하는 ‘해군 함대’였다. 지금은 ‘거대한 해적선’으로 바뀌었다. 상대를 겁주려 ‘관세’ 무기를 거침없이 휘두른다. 중국 정부는 이에 비해 ‘군함’으로 표현된다. 덩치는 어마어마한데 속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의사결정 구조가 지극히 폐쇄적이고, 통제권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매사에 공격적이다.

시진핑은 미국에 맞서 2020년에 이른바 ‘쌍순환 전략’을 발표하며 자급자족 정책을 천명해 강력한 반발을 샀다. 서비스 무역의 폐쇄성도 상상을 초월한다. 앞서 2009년에는 ‘만리방화벽’을 세워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를 차단했다. 무임승차를 기대하고 다들 미국이 앞장서 주길 원했지만 미국은 그 대가와 책임을 개별적으로 처리하라며 외면했다.

무역전장에서는 기업의 행보도 중요하다. 트럼프의 이른바 ‘해방의 날’ 선포에도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전전긍긍했다. 아마존은 ‘관세 탓에 가격이 올랐다’고 공지하려다 거둬들였다. 제조 설비를 미국으로 옮기도록 협박하는 대통령 앞에서 기업들은 행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어느 정도는 장단을 맞춰야 했다.

미국 기업들은 경제적 평화가 영원할 것이라는 도박에 올인해 왔고 그 보상은 달콤했다. 그들에게 중국은 거대한 기회의 땅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도 이 전쟁에 뛰어들려 않는다. 보복의 공포 때문이다. 공급망 재편의 실질적인 어려움도 불만을 키운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탈을 쓴 중국의 국영기업들은 공산당의 영향력 아래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규칙은 어떻게 깨지는가

미국의 대외적자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2024년 중국과 유로존이 4200억 달러, 620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낸 사이에 미국은 1조 1000억 달러의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의 은행’ 미국이기에 대재앙 우려는 더 커진다. 제조업 위축에 일자리 상실까지 이어지면, 무역전쟁을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중국의 흑자 규모는 공식 발표보다 훨씬 컸다. 2025년 상품수지 흑자가 1조 2000억 달러에 달했다. 너무 적게 소비(수입)하고 너무 많이 제조(수출)해 생긴 그 격차를 전 세계가 떠안은 것이다. 저자들은 결국 이런 불균형을 해소할 힘은, 시장이 해주지 못하는 ‘조정’을 정책적으로 강제하는 방법 뿐이라고 강조했다. 훨씬 더 상세한 ‘규칙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제까지의 국제적 규칙들은 대부분 불완전하고, 강제하기 어렵고, 수정이 불가능해 무역장벽을 없애기엔 불완전했다고 평가했다. 이해관계도 제각각이었다. WTO 체제 안에서 각국 정부가 무역을 왜곡하는 ‘보조금’을 제한하기로 약속했지만 중국에 가로막혔다. 실제로 2023년에 중국이 공식 발표한 보조금 규모만도 GDP의 4.4%에 달했다.

무역 구제 조치에 가장 널리 쓰이는 수단이 반덤핑 관세다. 하지만 특정 국가의 특정 제품에만 부과되어 한계가 분명하고 역공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규칙이 해답'이라는 생각은 공상처럼 보였고, 중국 설득도 불가능했다.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무역전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각국은 자신의 가장 취약점을 찾고, 어떻게 방어할지 배워야 할 상황을 맞게 되었다. 

◇ 어떻게 맷집을 키울 것인가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구체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그 시작이 ‘방어’라고 단언했다. 자기 취약점부터 정확히 파악하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축된 제조업은 치명적인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가가 필요할 때 즉각 생산 규모를 확충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조업 규모가 작아 고민하는 나라라면 동맹국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저자들은 무역전쟁에서는 상대의 ‘급소’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항공기 보조금 분쟁 때 영국에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 수입을 제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산업의 '지역적 집적화’도 오늘날에는 위험이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강대국의 대체 가능성, 즉 경제의 재구성 능력도 과소평가해선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자들은 그런 점에서 적국의 약점을 수집하는 차원을 넘어, 자국의 강점 파악에 주력하는 ‘중국식 접근법’을 언급했다. 중국은 이미 흑연과 리튬 등 19가지 핵심 광물 제련 시장의 평균 70%를 점하고 있다. 세계 희토류 제련 시장은 90%를 장악 중이다. 최근에는 저사양 범용 반도체 생산능력의 3분의 1까지 점유해 미국의 경계심에 한껏 불을 지피고 있다. 

저자들은 각국이 상대에게서 배울 점들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무역전쟁 충격의 방어 기제로서 실직노동자의 재취업을 돕는 ‘임금보험’ 제도나 기업투자 유도로 생산성을 높이는 동맹국의 노하우를 빌려야 한다고 했다. 무역전쟁에서 ‘비축’도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이 먹거리는 물론 전략적 광물까지 거침없이 쌓아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어떻게 판을 뒤집을 것인가

방어와 달리 공격의 제1선은 ‘수입 규제’다. 하지만 수입 규제도 중독성과 효과가 제각각이다. 수입 금지는 무역을 통째로 마비시킨다. 쿼터는 무역이 흐르게 두다가 어느 순간 급제동을 건다. 관세는 상대 가격을 교란한다. 감당못할 수준이 아닌 한, 무역을 막기보다 뒤틀어 놓는데 그친다. 그리고 행정 규제는 겹겹이 쌓인 절차로 모든 속도를 늦춘다.

관세와 수입장벽이 건전한 국가재정, 무역적자 축소, 그리고 매혹적인 ‘다시 위대해진 국가’라는 장미빛 미래를 가져올 것이란 주장이 있다. 저자들은 그러나 세율을 무작정 높인다고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무역을 위축시켜 세수를 줄일 위험도 있다고 했다. 관세의 무역 수지 개선 효과도 미미하며, 오히려 높은 관세가 생산성과 효율성을 갉아먹는다고 반박했다.

수입 장벽으로 자국 산업이 부흥할 것이란 환각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고 꼬집었다. 브라질의 경우 개인용 컴퓨터 수입을 제한하자 자국업체 경쟁력이 3~5년이나 뒤쳐졌고 시장 3분의 2를 밀수업자가 장악했다고 전했다. 관세가 주는 불확실성과 당장의 비용 부담은 기업의 투자까지 위축시키며, 특히 상대가 맞대응을 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저자들은 중국을 견제하려면 이제 완제품 조립국 뿐만아니라 핵심 부품과 중간재의 원산지까지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강경한 방법은 특정 부품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고, 가장 온전한 방법은 해당 부품을 공급망에서 배제토록 각 국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저자들은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고 특정 국가의 부품을 쓰는 기업에 패널티를 주는 ‘부품 관세’ 도입을 제안했다.

저자들은 하지만 정작 문제의 최대 핵심은 ‘겉도는 대화’라고 지적했다. 우방끼리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고, 무역 악당이라고 비난해서는 현 상황 타개가 힘들다는 것이다. 지나친 자신감도 경계했다. 수입규제라는 수단에 너무 매몰되면 우방과 부, 경제적 회복력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혁신과 투자, 소비자 선택권마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통제와 공격 전에 지속적 우위 갖춰야

수출을 제한하는 방식에는 수출 금지와 복잡한 허가제, 수출세가 대표적이다. 주 타깃의 거래 기업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있다. 하지만 수출제한은 자국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자칫 자국 산업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갈수록 강압적 수출 제한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지정학적 라이벌에게 군사경제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더욱 치열하다. 

최근의 비근한 사례가 AI룰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사투다. AI 공급망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인한 미국은 첨단 칩과 반도체 제조장비, 슈퍼 컴퓨터 등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수법을 그대로 학습해 되돌려 주고 있다. 2023년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에 대한 포괄적 통제를 시행하고 구매 기업들에 사용처 정보를 요구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미국 기술력에 의존했던 중국은 미국이 공급을 끊자 상황을 반전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냈다. 2023년 세상을 놀라게 한 중국산 스마트폰 칩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미국의 최고 사양 반도체 없이도 구동되는 딥시크 AI 모델이 공개됐다. 저자들은 “수출 통제가 의도와 달리 경쟁을 촉발해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실증적 증거는 너무도 많다”고 했다.

저자들은 그러나 중국이 단숨에 서구 기술 생태계를 탈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장 AI 모델 구동에 수 많은 칩으로 채워진 데이터 센터의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데, 수출 통제가 물량 확보에 거대한 장벽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수출 통제로 타격하려면 미국은 자신의 우위가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부터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영원한 승리는 없다 

저자들은 “2050년의 세상을 상상해 보자”며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의심할 여지 없는 ‘중국의 세기’를 산다는 시나리오다. 막대한 부채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투쟁 끝에 중국은 핵심 광물 분야의 독점적 지위를 지켜냈고 공급망 전반을 장악했다. 자신을 막으려는 나라에는 보복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 되었고, 이는 곧 타국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이제 누구도 중국을 감히 좌지우지하려 들지 못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중국이 독주하지 않는 또다른 세상이다. G7과 호주, 한국을 포함한 협력체는 무역 장벽과 보조금을 조율해 ‘공급망 다변화가 곧 성공’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다. 새로 도입된 수입 제한 조치 중 일부는 ‘높은 환경 기준’이라는 탈을 쓴 영리한 우회 전술이다. 저자들은 이런 식으로 미국과 우방국들이 힘을 합치면 전 세계 제조업 비중, 특허 보유량, 그리고 GDP면에서 중국을 가볍게 압도한다고 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무역전쟁과 각종 위기가 세계 경제를 갈갈이 찢어놓는 먼 미래다. 저자들은 당분간 우리는 무역전쟁이 일상이 된 시대를 견뎌내야 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들은 “우리는 다가올 위험을 직시하면서도 ‘고립주의’라는 파멸의 늪에 빠지지 않는 최선의 선택지를 제안하고 싶다”는 말로 결론을 대신했다. 영리하고 균형있는 길을 선택한다면, 언젠가 우리 모두 진정한 승리를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진래 선임기자 jjr895488@naver.com

기사 출처 : https://www.viva100.com/article/20260908501267